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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이야기/생강

2013년도 생강농사 시작합니다.

작년 우리가족 첫 농사에 제가 야심차게 생강을 대량구매해서 심었었습니다.

나름 오랫동안 논문과 보고서들을 찾아보며 준비했는데 초반 풀잡는데 실패하는 바람에 망했었습니다.

고랑에 난 풀들이 그렇게 빨리 이랑으로 넘어올꺼라 생각을 못했던거죠. 생각에는 고랑에는 풀이 자라고 이랑에는 우리 먹을 것들을 키우고 싶기도 했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올해는 신랑이 곧 일자리를 찾아 갈 예정이라 인태랑 저랑 둘이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토양이 좋은 탓에 비가 한 번 오고나면 엄청나게 빨리 자라는 풀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비닐멀칭을 하기로 했습니다. 고랑에 차광용 부직포도 깔고요.  

 

종자는 작년에 구입한 봉동생강으로 했습니다. 제법 향도 진하고 알도 커서 저희는 작년 구입종자가 개량종일꺼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봉동 토종종자라고 하시네요. 판매하는 아저씨는 옆에 중국에서 들어 온 생강을 보여주시면서 그 차이를 알려주셔서 비교해 보니 확실히 봉동생강 종자가 작기는 작습니다. 다만, 종자값이 일년새 많이 올랐습니다. 소량으로 구입하면 훨씬 비싸더군요. 생강 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자가격이 해마다 오르네요. 다른 물가도 많이 오르는데 먹을거리 생산비용이 자꾸 오르니 맘이 괴롭습니다. 종자값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마을의 춘미농장과 공동구매를 했습니다. 춘미농장은 작년에 비해 2배가량 많이 심고 저희는 1/3로 줄였습니다.

 

춘미농장도 저희도 가급적 종자를 직접 받아서 키워보려고 노력중이라 판매하는 아저씨께 생강 저장법을 여쭤보았습니다.

 

 

"아이고 이거 우리 땅굴파서 저장해요. 생강은 저온저장고에 저장 못했요. 10M파고 들어가서 그 밑에 저장고를 만들어요. 들어가는 것도 함부로 못들어가요. 촛불로 가스가 다 빠졌는지 확인해 보고 들어가야해요. 이거하다가 사람 많이 죽었어요. 어려워요 어려워."

 

쩝...저장이 쉽지 않을꺼라 생각했지만...^^;;;;

 

내일 비소식이 있어 춘미농장과 저희는 장이 열리자 마자 생강을 구입해서 바로 심기 좋은 크기로 종자를 쪼갰습니다. 작년에는 저 혼자 밤새 인태에게 모유수유를 하면서 40kg을 쪼갰었는데 올해는 10kg을 봉석씨랑 쪼개니 금방 끝나네요. (아!! 왜 40kg이냐 하면요, 대략 2평에 1kg정도의 종자가 들어간다고 해서 제가 작년에 고랑생각을 못하고 40kg을 구입했었거든요. 심다보니 많이 남아서 제가 속상해 하고 있었는데 남은 모든 물량을 마을 분들이 제가 구입한 가격으로 사주셨고요. ^^;;;; 작년 글을 보면 아실 수 있을꺼예요. 제가 빈 구석이 많아서 이런 실수를 종종하죠. 히히)   

 

이제 심기만 하면 되네요. 서둘러 수레에 필요한 물건을 싣고 밭으로 올라갑니다.

 

 

올해는 인태가 농사에 한 몫 합니다. 감자도 저랑 둘이서 심었으니까요. 벌써부터 아빠랑 똑같이 하려고 하는 걸 보면 참...재밌습니다. 꼭 수레도 같이 끌어야 하고 씨도 같이 집어넣어야하고...때문에 종자 구입할 때도 소독하지 않은 것으로 하려고 노력하죠. 인태에게 맞는 장갑이 없는지라 맨손으로 만지니까요.

 

생강이 들어갈 밭은 작년에 김장채소를 심은 뒤 호밀을 뿌렸던 하우스와 노지입니다. 11월에 뿌린 탓에 노지는 잘 자라지 않아 퇴비를 다시 넣어주었습니다. 밭 준비는 고토석회, 퇴비, 붕사 이렇게 넣었네요. 하우스는 호밀을 갈아엎었구요. 작년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는 생강을 하우스에 한 줄, 노지에 두 줄 심기로 했습니다. 단순히 풀을 늦게 잡은 원인만 있는건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건지 궁금했거든요. 또 양분을 많이 먹는 생강이 호밀을 갈아엎은 밭에 넣으면 자라는데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생강심기 전 아빠와 아들이 여기저기 점검을 하네요. 물이 고인곳에 흙을 더 집어넣기도 하고요. *^^*

 

생강파종은 제가 하기 때문에 사진은 못찍었습니다.

제가 구멍을 만들면 인태가 씨를 넣으면서 후다닥 심었습니다. 봉석씨는 인태의 상태를 보면서 같이 씨를 넣었다가 흙을 덮었다가 했고요. 신체구조상 남자는 쪼그려앉기가 잘 안되는지 많이 힘들어 하더군요. 

 

생강을 심고 남은 노지밭에는 땅콩과 옥수수를 넣었습니다. 춘미농장에서 땅콩씨와 녹두씨를 주셨는데, 제가 밭에 퇴비를 잔뜩 넣은 탓에 녹두는 퇴비를 넣지 않은 다른 곳에 심기로 했습니다. 

 

 

 

생강만 다 심고 점심시간이 돼서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봉석씨가 삽을 들고 걸어가니 인태가 하우스 옆에 부러진 삽자루를 들고 아빠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네요. 참....신통방통한 인태숑입니다.

 

점심 이후, 땅콩과 옥수수를 심고 있는데 동찬이와 진희언니가 밭으로 찾아왔습니다. 동찬이와 진희언니를 보고 신이 난 인태는 너무 좋아 소리지르며 막 뛰어내려가더군요. 그렇게 간 인태는 다시 밭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마무리를 해야하는 터라 동찬이랑 놀고있는 인태를 설득해 보려고 했더니 진희언니가 인태를 봐주시겠다고 하네요.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 덕분에 봉석씨랑 깔끔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또 진희언니와 동찬이 누나들이 얼마나 신나게 놀아줬는지 만족스러웠나봅니다. 보통은 동찬이네 집에가면 나오기 싫어해서 매번 울렸었는데...오늘은 힘들지 않게 동찬이 집에서 나왔네요.

 

다시 한 번 종자를 나눠주신 춘미농장에도 인태를 돌봐주신 진희언니네도 참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