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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책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올 한해
내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들은 참 우울하다.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노무현, 김대중 전대통령의 서거

현 정부가 입만 열면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더니
정말 지난 10년동안 민주주의, 국민참여, 화합을 위해 노력했던 두 대통령이 우리곁을 떠나셨다.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를 듣고  2시간만에 서울광장을 봉쇄했던 정부가 그 다음날 바로 시청광장에 시민분향소를 차린 것을 보고 '그래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또 국장으로 장례가 치뤄지니 또 얼마나 좋은가! 생각이 들면서...얼마 전 세상을 떠난 노무현 전대통령 생각에 알수없는 억울함에 한동안 입을 열 수 없었다. 

역사를 들여다 보면,
이런 억울함들, 못내 입을 열 수 없었던 순간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호기심에 꺼내 들었던 책 한권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라는 책에서도 서경식씨의 입을 통해 재일교포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많은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저자 서경식씨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년동안 한국에 머무르면서 성공회대학교 NGO 학생들과 진행한 강연과 세미나를 묶어놓은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서경식선생님이 앞에서 내게 말하고 있는 것 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그는 재일 조선인으로서 국민과 주민 더 나아가서는 조국=고국=모국이 동일한 대다수의 한국인이 범하는 오류들을 꼬집어 내었다. 그와 연장선상에서 국민주의를 비판하면서 유대인의 역사를 설명하였다.

내게 가장 흥미를 줬던 부분은 화가 고흐의 이야기

서경식씨는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의 서양미술 순례>와 <청춘의 사신>이라는 글도 썼다. 그는 표지에서도 밝혔는데,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을  예술가들이 기억의 투쟁으로 많은 역할을 하고있다고 한다. 그 한 예로 그는 우리에게도 많이 익숙한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시대의 비극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그는 그림상인이었던 의 동생 테오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테오, 너는 코로의 화상이 아니야." 여기서 '코로'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로, 19세기에 가장 잘 팔린 사람이었다. 여기서 고흐가 테오에게 코로의 화상이 아니라고 말할 것은 '너는 가장 잘 팔리는, 가장 상품화된, 19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화가, 코로의 화상이 아니라.'는 뜻이고 동시에 '너는 그런 식으로 자본주의 세계의 기준으로 잘 팔리는 화가만 따라가는 화상이 아니고, 나처럼 반 고흐처럼 지금은 인정을 못 받고 있지만 그래도 뭔가 진실이 있는 화가의 화상이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같이 싸워 왔잖아? 같이 투쟁했었잖아? 라는 것이다.

고흐한테는 평생, 왜 그림을 그려야 하느냐 하는게 문제였어요. 이 그림 슬픔-sorrow-이라는 그림입니다. 이거 여성 나체인데요. 이 여성은 매춘부예요. 임신하고 있어요. 아이 아버지는 고흐가 아닌데 둘이 동거하고 있었습니다. 고흐는 네덜란드에서 가낭 버림받은 매춘부하고 같이 살았어요. 
 목사인 아버지가 이것을 어떻게 허용해 주겠어요. 그리고 동생 테오가 불 때도 이해가 안되는 거죠. 자신이 돈을 보내면서 그림 공부만 열심히 해 달라고 했는데, 고흐는 매춘부와 동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야말로 가장 훌룽한 일이라고 주장애요. 너희들은 그런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속물이다, 이렇게 주장해요. 테오는  또 자신의 힘으로 일원도 못 버는 사람이 무슨 잔소리냐, 하지요. 그렇게 아버지하고도 싸우고 동생 테오하고도 싸움이다. 
 미술사적으로 보면 화가들이 이때까지 여성의 나체를 많이 그렸습니다............ 중략 ............고흐 그림처럼 이런 것은 안그려요. 왜냐하면 이런 것을 누가 사요? 뭐, 지금이야 사지요. 그런데 19세기 말에 누가 사겠습니까? 부르주아지가 거실이나 안방에다가 이런 그림을 걸겠어요? 그저 그런, 별로 아름답지 않은 여성의 나체일 뿐만 아니라 지금 이야기한 가장 버림받은, 가장 가난한 인간의 고뇌와 슬픔이 여기에 표현되어 있는데 이거 불편하잖아요. 부유층들이 이런 그림을 보면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이것이 아까 말씀 드린 20세기 전반기 독일 화가들이 전통적인 미의식에 저항하고, 어떤 변역을 이루어 내고자 한 움직임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 책 203~204쪽에서 발췌

이 책을 읽고, 내가 속하지 않은 사회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게다가 비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지금의 순간을, 억울함을 과거를 살아갔던 분들이 겪은 삶, 투쟁 그리고 희망을 듣고싶어졌다. 

관련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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