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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이 자유로워 좋지만

 생태환경잡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지구를 살리는 지도’ 특별호 중 “교통”편을 보면, 근대가 시작될 무렵까지 독일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이동하는 인간을 불쌍한 존재로 여겼다고 한다. 이 글귀를 읽고 이럴 때도 있었구나 하며 피식 웃었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자유로운 이동이 특권이나 축복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컴퓨터 하나 들고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하는 사람들(디지털 노마드)을 위한 마을이 조성되기도 하니 말이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를 생각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이동수단 이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한국 정부도 작년에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 중간 목표로 설정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살펴보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수치의 40%로 줄이는 것이 주된 골자이다. 그중 수송 부문의 경우 대중교통의 이용 편의성 제고, 연계교통 강화, 철도 중심 교통체계 강화, 운행 제한 제도 확대와 같은 수요 관리 강화와 전기·수소차 450만대 보급 등을 방법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이렇게 운송수단의 에너지원을 교체하면 문제가 전부 해결될까?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면 친황경일까?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금속으로 ‘하얀 석유’라고도 불리는 코발트는 전 세계 사용량의 50% 이상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굴한다. 이 과정에서 콩고의 아이들이 값싼 노동자가 되고, 이권 다툼으로 발생하는 전쟁에 소년병으로 동원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원시림이 훼손되고, 그곳에 사는 야생동물이 위험에 처한다. 이렇게 생산된 코발트를 사용하는 전기차를 과연 친환경 운송수단이라 할 수 있을까?

  ‘친환경’ 자동차 역시 무해하지 않으니 운송수단이 모두 없어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일상에 스며든 수많은 도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왔는지를 인지하고,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 사람의 힘은 절대 작지 않다. 지구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을 만큼 심각한 문제를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기를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얻은 이동의 자유가 방종이 되지 않기를, 수많은 많은 핑계와 변명을 앞세워 자신의 문제해결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은 사단법인 한국알트루사 소식지 2022년 3월호[246호] 기후응급시대 꼭지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