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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이야기/생강

생강 똑똑 눈물뚝뚝 ...

농사계획을 세울때 하늘소 마을로 귀농한 친구에게 어떤작물들이 잘 자라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다가 3년동안 생강을 심었는데, 다 잘됬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가격도 괜찮아서 해볼만 하다고...

단, 생강은 심고 거두는 것이 오래걸린다고 하더라구요. 그 이야기에

 

저희에게 딱~ 좋은 작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손이 느리고 노동력이 부족하니까요.

 

자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친구는 노지에 재배를 했는데, 저희집은 노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비가림하우스재배를 하면 어떨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다가 호남농업연구소에서 발행한 보고서를 보았습니다.

* 토양수분관리가 초기에 중요-4일에 한번씩 급수 1회 20mm

* 비가림하우스, 고온기차광 - 생강은 생육적적온도가 25~28도로 자연광이 40%내외엘때 광합성능력이 활발. 30도 이하에서 생육가능

* 비가림하우스, 고온기 차광조건에서 뿌리썩음병의 발병이 현저히 저하됨

 

 

저희 하우스 중 가장 큰 하우승의 위치가 볕이 잘 안든다고 하니 그곳에 생강을 심기로 했습니다.

 

 

 

종자는 봉동생강으로 장날 구입했습니다.

2평에 1키로정도 심을 수 있다고 해서 하우스가 80평이니 덜커덩 40키로를 샀습니다.

엄청난 양을 사가는 것을 보고 장에 나온 어르신들이 놀라시더군요.

저는 좀 비싸기는 하지만 튼실한 씨생강을 보고 기분이 매우 들떠 그날 밤 인태가 잠들자마다 씨생강을 똑똑 잘랐습니다.

감자와 같은 40키로인데 크기차이때문인지 생강은 시간이 더 많이 걸리더군요.

새벽 5시가 되서야 준비를 끝내고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밥을 해서먹고 생강을 심으러 올라갔는데...볕이 너무 뜨겁고 하우스는 더 뜨겁습니다.

이젠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해야하는 시기가 왔나봅니다.

그래도 일을 해야하니 인태는 유모차에 태워 과자로 유혹해두고, 저는 씨생강을 놓고 신랑은 흙을 덮었습니다.

생강은 너무 깊이 심으면 안되고 3~5cm 덮어야 한다고 합니다.

 

허거덩

"어? 왜 이렇게 많이 남아? 갯수 세어본거야?"

 

머리가 하얗게 됩니다. 하우스에 고랑을 내니 이랑도 생기는데...고랑에만 생강을 심고 이랑은 비워두니 80평짜리 하우스라도 대략 심는 것은 60평쯤 되는 것인데...그것을 계산에 넣어두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저는 생강을 자르면서 부족하면 어떻하나 걱정을했으니...

 

제가 실수했습니다.

씨생강이 10키로가 넘게 남을 것 같습니다. 

생강을 이미 다 잘라놓았으니 되물릴수도 없겠고...10키로가 넘는 양의 생강은 심을 곳도 없습니다.

 

올해 저의 농사를 돕기로 한 신랑도 이번에는 화가 잔뜩 났습니다. 신랑이 하나씩 따져묻는데 딱히 할말이 없습니다. 신랑은 뭐가 그리도 자신만만해서 하나씩 점검해보지도 않은것인지 절 이해할 수 없다고합니다. 처음하는 것이니만큼 하나하나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것인데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이렇게 일을 저지르냐고 합니다. 아무리 우리가 농사로 돈을 벌지 않겠다고 했어도 이렇게 목돈을 날려도 되냐고 합니다. 게다가 씨생강은 이미 소독처리를 해서 먹을 수도 없는것인데 생명이 있는 귀한 것을 버릴꺼냐고 묻습니다.

 

따져묻는 신랑에게 할말은없고, 농사를 시작하고 번번히 헛점만 드러나니 저도 괴롭습니다. 시골로 이사오기 전부터 "나만 믿고 따라와~" 하고 큰소리 뻥뻥쳤는데...점점 저에게 신뢰를 잃어가는 신랑앞에 서는 것이 비참합니다. 꿈꾸던 농장을 운영하는데 끊임없이 드러나는 저의 무능력이 좌절스럽기까지 합니다. 한편으로는 드라마 이야기처럼 실수투성이인 저를 신랑이 그냥 보듬어 안아주면 좋겠는데 저에게 따져묻기만하니 속상하기도합니다. 갑자기 기댈곳도 없는 것같은 자기연민에 빠져 눈물만 뚝뚝 흐릅니다.   

 

씨생강을 나르기 위해 빌린 수레를 돌려드리려고 마을대표집에 갔는데 생강 다 심었냐고 묻습니다. 아직 다 심지는 않았는데 너무 많이 남을것 같다고 말씀드리니...마을 사람중에 생강심는 가정이 있으니 한번 확인하고 그 가정에 팔라고합니다. 아랫집, 새로 이사오신집, 작년 대표집 마을을 다니다가 만나게 되는 분들께 여쭤보니 구입하시겠다고 하더군요. 가격은 제가 구입한 가격으로 드린다고하니 마을분들이 오히려 좋아하십니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바로 심을 수 있게 씨생강을 다 준비해줬다면서...제가 대량구매를 해서 생강파는 아저씨가 키로당 4천원씩 빼주셨거든요. 다행입니다. 저의 걱정을 덜어주는 마을분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씨생강 몇개를 집 옆 노지에도 심었습니다. 생강을 심고 그 위에 나무를 태운 재로 덮고 흙을 올렸습니다. 퇴비를 주지 않고 EM을 넣어주면서 미생물활동을 증가시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서 실험용으로 만들어봤습니다.  이 밭을 만들때만해도 볕단을 구하지 못해서 그냥 풀들을 덮어줬는데, 다 날라가버리네요~

 

 

논농사를 하시면서 소를 키우지 않는 마을분께 부탁을 해서 볕짚을 얻었습니다. 논에서 볕짚을 걷어오기까지 수일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유는 비때문...논에 물이질퍽거리니까요. 볕짚을 덮는 이유는 보습때문입니다. 생강은 물빠짐이 좋은 토양을 좋아하지만 또 건조한 것은 싫어하니까요. 트럭이 없는 저희는 마을대표에게 도움을 청해 트럭으로 2번 볕짚을 날랐습니다. 마을이웃이 나르는 것도 도와주셨습니다.

 

생강은 비닐멀칭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하우스 안이 더워 지온을 낮추기 위해 비닐은 사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멀칭을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네요. 인태를 등에 업고 제가 볕짚을 하우스 안으로 나르면 봉석씨가 적당량을 덮어주었습니다.

 

이제 저 볕짚사이로 생강싹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중간중간 땅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면서요~

 

눈물흘리면서 심은 생강이 가을에는 제게 환한 웃음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