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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영화

잃어버린 길, 다시 찾을 길

감독 김준호 (2008 / 한국)
출연 방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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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개가 지나갔다.
이놈에 태풍은 시도때도 없이 찾아온다. 날이 밝기가 무섭게 나는 비옷과 장화를 챙겨입고 자전거로 달리기 시작했다. 지름길은 중간문이 닫혀있을테고, 어쩔 수 없이 이곳 하이웨이(2차선 고속도로)를 이용하해야겠다. 내 마음은 급한데 패달밟는 속도는 안나고, 뒤에 버스는 계속 빵빵거리고... 내 밭으로 가는 옆길로 빠지고 나서야 긴 숨을 내 쉰다.

"휴~~~"

약 4달동안 녹두를 심으면서 초보농부였던 나는 하늘만 보고 살았다. "우두둑~"소리가 반갑기도 하면서 무섭기도 했고, 옆에 밭에서 약이라도 치는 날이면 눈물흘리며 내 밭에 침투한 벌레잡기에 식사도 걸렀다. 밭 고랑만들때, 씨앗을 심을 때, 멀칭재료를 덮을때, 새싹이 돋을 때, 꽃이 필때, 열매를 맺고 수확할때 순간순간이 두근거리고 떨렸다. "부모마음이 이런걸까?" 생각하면서...

그 때로부터 5년이 지난 오늘
좋은 기회로 독립영화 "길"을 보게 되었다. 
 
평택 미군기지가 확장되기 이전,
그곳에는 마을이 있었고, 들이 있었고 또 농부가 있었다.

평택의 방효택할아버지는 평택에서 평생을 살았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으로 인해 들에 철조망이 쳐지고, 길을 없애버렸던 그 때에도. 햇볕에 등이 익어가도록 트렉터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고, 밤이면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2007년 그 마을을 빠져나오기까지 그곳에 살고있는 어른들은 그저 그렇게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것이다.

2004년 필리핀에서 잠시 밭농사를 지었던 난
도시생활을 하고있는 지금도 그때의 환희와 기쁨 그리움 그리고 꿈을 꾸며 살고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태어나서 평상 땅만 보고 살았던 방효택할아버지는 태어나고 자란 그 마을을 강제로 떠나야만 했을 때 그 마음은 어떠했을까? 과연 국책 사업이라는 이름 하나도 사람들의 인생을 파괴해도 되는 것일까?

 


영화 말미에 국방부 관계자가 나와서 어르신들께 이후 받게되는 해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말이 있었다.

"미군기지 확장 완료가 되면 어르신들이 그곳에서 일할 수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과연, 그곳에 살던 어른들이 일자리를 위해서 700여일동안 미군기지확장반대투쟁을 했을까? 단순히 그 이유라고 그들은 생각하는 것일까? 살아있기 때문에 먹을 것을 고민해야하고, 먹을 것을 사기위한 돈 마련에만 급급했을까????

아닐 것이다! 적어도 1시간 남짓 감독의 눈을 빌어 보았던 방효태 할아버지의 모습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평택 미군기지 반대를 했던 어른들에게
그 곳은 가족이고, 삶이고, 역사다.
그들이 지키고 싶었던 것은 단순한 밥벌이의 일자리가 아니라 자신들의 역사가 담긴 삶의 터전을 지키고 싶은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고정된 카메라 속에 감독은 할아버지와 함께 낫을 들고 잡초를 제거하고 있었다. 그 장면이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분노로 격양되었던 나의 마음에 잔잔하게  "희망"이란 이름으로 바꾸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