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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시대

영결식날 차마 그곳에 가지 못하고

출처:경향신문
오늘은 노 전대통령의 영결식이 있는 날입니다.
벌써 경복궁영결식장의 예상배치도 그리고 국민장의 그림이 인터넷과 신문지면을 가득메우고 있습니다.

활동가들의 대다수가 영결식에 참석하면서
사무실에는 사람대신 시원하다못해 차가운 바람이 저와 함께 하고있습니다.

잠시 사무실에 들렸던 분이 "희정씨는 안가요?" 라고 묻는데 "네. 전 안가요."하고 다부지게 대답했습니다.
돌아서서 나가는 그분의 뒷모습을 보고 "근데 왜 난 안가는거지?" 라고 한번 되물어보았습니다.

'난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니까. 일도 많잖아. 그냥 꼭 거기에 가야만 애도하는건 아니잖아.'
혼자 별의 별 생각을 다 해 봅니다.
그렇게 잠시 멍 하게 노전대통령을 그리는 사람들의 글과 마주하다 보니
조금은 이렇게 조용히 있는 내 자신을 알것 같습니다.

노 전대통령에 대한 추억이 사실 저에게는 없습니다.
한참 또래 친구들의 입에서 노사모 이야기가 흘러 날올 때 
저는 홀연히 저의 꿈을 찾아 우리나라를 떠났습니다. 잠시 한국에서 지내기는 했어도 저의 머리는 항상 '내가 하고싶어하는 것'으로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정착하고싶다'라는 마음을 가졌을 때는 이미 대선운동이 한참인 시절이었고, 저는 사람들이 참여정부를 평가하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저에게는 노 전대통령도, 참여정부도 관심 밖이었습니다.  

사회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관심갖은 정부는 바로 MB정부.
이해되지 않는 일 투성이에 이 정부를 바라보면서, 노 전대통령의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처음엔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분이 왜?' 라는 의문만 들었습니다.
정치적 타살이다, 견디다못해 가신 것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뻔뻔하지 못해서 그런거다...여러 평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냥 그런 평가들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출처:강원일보
2틀전 추모행사를 다녀오면서,
꽃을 올리고자 3~4시간을 기꺼이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늘 퇴근하면서 "배고프다"라고 외치며 들어오는 신랑이 동네 구청에서 1시간기다려 드디어 절을 올리고 왔다고 오히려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지난 7일 내내 노전대통령의 기사라면 시간이 날 때마다 클릭해서 읽고, 동영상 보며 눈물흘리는 저를 보면서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 일주일 그에 대한 글을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비로서 저는, 사람들이 이토록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였기에, 일명 "바보 노무현"대통령이었기에 참여정부 시절에는 찬성도, 반대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최고권위를 갖고있는 사람이 시민 한 사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기에 때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지 못한 사안에서도,  그를 비난했어도 자유로웠던 지난 5년의 시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 귀여운 그분의 모습이 왠지 맘에든다. *^^*

그런 그를 저도 조용히 생각하며 쏟아져나오는 눈물도 애써 참으며 마음 깊숙히 그의 발자국을 새기려고 합니다.  영결식에 참석하는 대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대신, 흠신 눈물을 흘리면서 애도하는 대신 오늘은 그냥 순수하게 어려움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며 사회에 영향을 준 그분만을 조용히 그리고 깊이 생각하고 싶네요. 후에 영결식을 말하는 사람들의 전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