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봉석&희정/결혼

메트로에 난 기사

인터뷰라 생각하지 못하고 정보전달이라 생각하고 한참을 이야기했던...
음...
=======================================================================================
20090921 메트로신문 라이프면
                 ‘옥수수 드레스’ 입으니 친환경 여왕
 
‘녹색결혼’ 실천한 신부 2인의 편지

한 명은 지난봄에 했고, 또 다른 이는 이번 가을에 하는데 결혼 청첩장이 꼭 같다. 물론 신랑·신부와 결혼하는 날짜·장소가, 또 초대글도 서로 다르지만 같은 디자인, 같은 크기의 용지가 꼭 같다. 무엇보다 초록 나뭇잎 사이로 환하게 웃는 사진 속 주인공들이 지구환경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그 마음이 꼭 같다. 이들은 ‘녹색결혼’을 했고, 하려고 한다. 그래서 재생용지로 청첩장을 만들고 파지를 없애려 A4용지 가득 자투리 없이 사연을 담았다. 예식도 친환경이다. 하객들에겐 이산화탄소 발생이 적은 대중교통 이용을 권한다. 축의금의 일정액은 숲조성기금으로 내놓는다. 이들 사이에 메신저가 되어 전해들은 이야기를 편지글로 전한다.

◆벌써 반 년이 넘었네요.

녹색결혼에 대한 파편화된 정보는 많았지만 막상 준비하려니 쉽지가 않았어요. 모든 결혼은 패키지 형식이었고 사진같이 필요한 걸 하나 떼어내면 비용이 되레 더 들었으니까요. 녹색결혼 정보를 실천할 방법을 하나씩 찾아야 했죠. 먼저 하객들이 대중교통으로 올 수 있도록 식장을 도심에 잡았어요. 사실 청첩장도 e-메일로 대신할까 했는데 집안 어르신들껜 어쩔 수 없었죠.

그래도 맘먹으니 주변 도움이 절로더라고요. 평소 입을 일 없는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는 사양했어요. 대신 평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계량한복을 직접 만들기로 했죠.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할까 했는데 저를 가르치던 복지관 선생님께서 더 적극적이셨어요. 요즘도 신랑은 행사가 있으면 이 예복을 즐겨 입곤 해요.

하객들도 친환경에 동참시킬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휴지 사용을 줄일 손수건을 선물로 드리기로 했죠. 직접 만들기로 하고 친구들을 불러모아 염색했어요. 덕분에 결혼식 후 피로연도 앞당겨 한 셈이 됐죠. 피로연이 신랑·신부 친구들이 서로 만난다는 의미가 크잖아요.

사실 주변에선 부모님들이 반대하지 않았느냐고 많이들 물어보세요. 지레 겁먹는 거죠. 양가 부모님이 더 적극적이셨어요. 시아버님은 화환을 보내지 말라고 청첩장에 써넣을 걸 그랬다며 뒤늦게 아쉬워도 하셨는걸요. 무엇보다 결혼 준비하면서 양가에 인정받는 며느리와 사위가 됐어요. 언제나 저희 결정을 존중해 주시는 건 결혼식 준비과정 덕분인 것 같아요.

초심은 여전해요. 녹색생활은 결혼 후가 진짜죠. 사실 결혼 전 집안살림은 엄마 몫이었잖아요. 녹색 실천을 할 기회가 사방에 넘쳐요. 걸레질하다가 ‘그냥 청소기 살까’도 하지만 웬만하면 세탁기도 사용하지 않고 화초도 키우면서 녹색생활이 몸에 밴 것 같아요. 한 달 전기요금은 3000∼4000원 정도죠.

좀 도움이 됐으려나. 참, 다시 한다면(물론 지금 남편과) 인공 조명을 쓰지 않아도 되는 야외에서 하고 싶어요. 친구들이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먹고 즐기는 잔치는 어떨까요. 신랑·신부가 노래 한 곡도 뽑을 수 있는…. 신랑·신부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런 결혼식 말이에요. 축하해요.

▷from 봄날의 신부 김희정

환경단체 녹색연합에 근무하는 희정(32)씨는 해외봉사하러 갔다가 만난 연하의 김봉석씨와 지난 2월 결혼했다.

◆ 저 야외에서 해요. 부럽죠. 하하.

사회복지재단에서 일하면서 녹색결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녹색결혼이 아니더라도 허례허식은 줄이고 공장같이 똑같이 찍어내는 결혼은 피하고 싶었어요. 평소 환경에 대한 관심도 있었고요. 언젠가 전해 들은 생명의숲이라는 단체를 찾았어요.

처음엔 웨딩드레스도 안 입으려고 했어요. 일생 한 번 입지만, 반대로 한 번 입고 말잖아요. 결국 생명의숲 선생님이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드레스를 빌려주시기로 했어요. 신랑은 평상복으로 입을 수 있게 때어낼 수 있는 턱시도 같은 디자인요소만 더했어요.

피로연도 식사 대신 샌드위치와 떡, 김밥 같은 다과로 해요. 불필요한 쓰레기도 줄이고 남는 음식도 피하기 위해서죠.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고 남은 음식은 하객들이 포장해 갈 수 있게 친환경 비닐을 준비하도록 했어요. 에너지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야외결혼이라 대신 장식에 신경을 썼어요. 꽃 화분을 준비했는데 식후엔 하객선물로 드리려고요.

저희 부모님도 응원해주세요. 그런데 주변 친지분들의 반응에 좀 흔들리기도 하시죠. 처음엔 흔쾌히 허락해주셨던 다과도 그래서 메뉴가 조금 더 늘었네요. 혼수와 예물도 안 하기로 했더니 어찌나 주변에서 말들이 많으신지……. 대신 형식적인 주례사는 없애고 양가 부모님의 축하말씀을 듣기로 했죠.

요즘엔 신혼집에 들여놓을 가구도 만들고 있어요. 가구공방에서 예비신랑이랑 땀 흘리며 친환경 가구가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걸 보는 기분이 괜찮아요. 생각하는 것 좋아하는 저와 실천력이 강한 신랑이 잘 만났죠. 제 생각에 동의해주고 틀린 건 지적해주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 같아요.

제가 사실 환경운동가도 아니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기반 자체가 환경이잖아요. 종이컵 대신 텀블러 쓰고, 메모지는 재생용지로 사용하고, 옷은 조금 비싸도 오래 입을 수 있는 걸로 사입으려고 해요. 가방도 합성피혁보다는 면으로 만든 게 환경에도, 건강에도 좋잖아요.

녹색결혼도 그런 것 같아요. 다들 어렵지 않을까 하는데 자기가 아는 만큼 실천할 수 있는 정도로 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본인이 어떻게 마음을 갖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무리해서 할 필요까지는 없는 거죠. 그렇죠 희정님. 좋은 말씀 감사해요.

▷from 가을의 신부 김정은

다음달 17일 서울대 야외잔디밭에서 결혼하는 정은(29)씨는 승가원 한솔복지재단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다. 새신랑 조항래씨는 평범한 회사에 다닌단다.

■친환경 녹색결혼 도와드려요 - 생명의 숲은 관악구건강가정지원센터와 함께 탄소 거품과 경제 거품을 뺀 결혼문화 조성을 위해 ‘러브그린 웨딩’을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예식을 컨셉트로 허례허식을 탈피하며 절약할 수 있는 결혼을 돕는다.

문의:02)499-6154
2009-09-21
박태정 ptj@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