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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컵오프 커피?

언니와 형부가 집으로 인사왔다.
도통 대화가 어렵기는 했지만, 나야 뭐...언니와 형부가 갖고온 선물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언니와 형부가 미국으로 간다고 한다.
그 때의 집안 분위기가 어땠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엄마는 언니와 형부의 이부자리를 위해 평소에 사용안하는 좋은 이부자리를 깔끔하게 깔아놓으셨다.

이야기가 다 끝난건지 언니와 형부는 작은방에 들어갔는데, 큰오빠가 조용히 날 불렸다.

"희정아, 형부에게 가서 커피 드시고 싶냐고 물어봐"
"뭐라고 하면 되는데?"
"두 유 원투 해부 어 컵 오브 커피? 라고 하면 돼"
"어? 두유...뭐?"
"두 유 원트 해부 어 컵 오브 커피?"
"우 유...컵 오브 커피...라고?"
"크크크크 그래 그냥 그렇게 말하고 형부가 뭐라는지 말해줘"

난 작은방 문앞에서 형부를 불렀다. 내 기억으로 우리 작은방은 나무문에 창호지를 바른 문이어서 작게 말해도 다 들렸을 것 같다.

작은 방 문을 열고 나는 명랑하게 형부에게 말을 걸었다. 아마도 처음으로 형부가 하는 말로 말을 걸었던 것 같다.

"형부! 두유 컵 오브 커피?"
내 말을 들은 형부는 환하게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노 땡큐."

짧은 대화였지만, 환하게 웃으며 내게 말하는 형부모습에 너무 좋아 부엌에 있는 큰오빠에게 달려갔다.

"큰오빠 땡큐래~~~"
"그래?"

그리고는 한참동안 큰오빠가 뭔가를 준비해서 예쁜 컵에 까만물을 담아 다시 날 부른다.
"희정아 이거 형부 드리고 와."

조심스레 컵이 담긴 쟁반을 들고 형부에게 갔는데 이번에는 형부가 너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노 땡큐....노 땡큐..."
휘뚱그래한 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언니는 하하하 웃으며 내게 지금은 형부가 커피를 안마시고 싶어하니 큰오빠에게 그냥 전해주라고 했다.

'췟 뭐야...이랬다 저랬다.'
괜한 심부름만 했다 싶어 좀 짜증났는데...언니와 이야기를 나눈 큰오빠가 허허허 웃으며 내게 커피를 받아갔다.

"임마. 땡큐라고만 말해주면 어떻게. 땡큐랑 노땡큐는 아주 다른데.  땡큐는 고맙다는 말이고, 노땡큐는 고맙지만 사양하겠다는 말이야. 무슨말인지 알겠어? 형부가 안마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커피갔다주니까 놀래잖아. 히히히 근데 괜찮아. 내가 마시면 되니까."

처음 나의 영어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땡큐...노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