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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농인태

꼬농인태네집 2013년 농사시작합니다.

이번 겨울도 인태가 태어났던 해만큼 눈이 많이 왔습니다.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라고 어른들은 말씀하시는데...올해도 풍년이면 좋겠습니다. *^^*

 

올해부터는 인태와 제가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둘이서 농사를 지어야 하니까요.

날이 제법 따뜻해졌습니다. 지난 가을에 심은 양파와 마늘은 하우스 안에서 잘 자라고 있네요

마늘싹도 그새 많이 올라왔습니다.

 

감자를 심을 곳입니다. 이번에는 기계를 넣지않고 밭을 만들어 감자를 심을 예정입니다.

기계가 들어가면 시간이 단축되기는 하는데...무거운 기계가 땅을 누르는 것과 빠르게 돌아가는 트렉터를 피하지 못해 죽을 지렁이도 걱정되고... 물론 감자를 수확한 뒤, 또 고추밭은 기계로 밭을 만들겠지만...^^:;;; 조금씩 천천히 할 수 있는 만큼 생각하는 것을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퇴비, 고토석회, 붕사 그리고 재를 넣어 두둑을 만들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재가 적어서 감자를 넣은 곳에만 조금씩 덮어줬는데, 올해는 넉넉하게 골고루 넣어줄 수 있게 되었네요. 히히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니 이런게 좋네요~

밭을 만들때는 딱히 인태가 할 수 있는것이 없습니다. 엄마아빠처럼 괭이질를 하고싶은데 괭이가 너무 무겁네요. 풀을 뽑아달라고 했는데...자기만 다른일을 하려니 재미없었나봅니다. 이내 하우스를 탈출하네요. 

 

 

탈출한 인태는 마당에서 막대기로 상자를 두들기며 난타연주를 하다 문득 꼬꼬가 생각났는지 하우스로 향합니다.

꼬꼬...없는데...

인태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네요.

 

 

꼬꼬가 있을 때처럼 통안에 왕겨를 담습니다. 뭐하나...봤더니 양파모종에 왕겨를 뿌려둔 것처럼 다른 풀들에게 왕겨를 뿌려주네요. 그러다 하우스 한 쪽에 있는 거미줄을 발견하고는 "거미...거미..."합니다. 인태가 거미를 이야기하면 저는 거미노래를 시작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모자는 이렇게 대화를 하게 되었네요.

 

작년에 생강과 김장채소를  심었던 밭으로 올라갑니다. 올해 이곳에는 생강, 콩 그리고 고추와 참깨를 심을 예정입니다. 작년에 작물을 모두 수확한 후 녹비보리를 뿌려두었죠. 늦은 4월~5월사이 작물이 들어갈 예정이라 녹비보리로 땅심을 키우려고 합니다. 제가 녹비보리를 관찰 하는 사이 인태는 하우스 문을 열려고 하네요. 힘이 부족한 인태는 "엄마...해줘요~~"하고 부릅니다. "안돼. 아직은 열면 안돼!!" 거절하는게 쉽지는 않지만...인태도 알건 알아야 겠죠?

 

 

우리집에는 없지만...우리 하우스 위에는 꼬꼬집이 있습니다. 이제 꼬꼬들이 보고싶으면 춘미농장으로 가려고합니다. 오랜만에 꼬꼬들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은지 인태는  하우스 앞에 있던 볏짚을 들고 꼬꼬집으로 향합니다. 한참을 서성이다 꼬꼬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는데...요녀석들 인태가 밥주러 온 줄 알고 인태 손을 쪼기 시작하네요. 허거덕...작년과는 다르게 자기를 쪼는 꼬꼬들에 인태는 화들짝 놀라 뒤로 주춤합니다. ㅋㅋㅋㅋ 태국에서도 벌레들만 보면 꼬꼬들 줘야한다고 했던 인태인데...꼬꼬들에게 쪼이니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네요.

 

 

꼬꼬집을 나와서 오늘은 뭐처럼 인태와 동네 산책을 하려고 합니다. 특별히 정한 곳은 없고 인태가 가고싶어 하는 곳으로 가렵니다. 길을 걷다 바닥에 남겨진 밤을 발견했네요. "밤"하며 까서 먹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나...이미 다 썩어버렸네요. 썩은 밤을 뒤로하고 인태는 숲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아직 땅이 얼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인태가 피곤한건지 몇 번 넘어집니다. 무릎도 아프고 손바닥에 가시도 많이 박혔습니다. 안되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야겠는데...다행이 인태도 피곤한 얼굴로 저를 보며 "엄마...집...밥..."하네요. 휴...다행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연히 만난 춘미언니가 삶은 달걀을 주셨습니다. 집에 돌아와 손을 씻고 손에 박힌 가시를 빼는 동안 잠든 인태는 자고 일어나자마자 언니에게서 받은 삶은 달걀을 3개나 까서 먹네요.

 

 

먹었으니 다시 일을 해야겠죠? 작년 수확하고 방치했던 메주콩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마당 한 켠에 심었던 콩인데...시간이 부족해 수확만 하고 콩을 털지 못했습니다. 이구... 이번에 털어보니 대부분 다 썩고 몇 알만 건졌습니다. 아쉽지만, 썩은 요녀석들은 화목보일러 안으로 들어가야겠네요~ 수확한 콩은 바로 인태의 장난감이 되었네요. 처음에는 저랑 같이 콩을 까더니...바짝 마른 콩깍지가 잘 안벌어지자 혼자 콩을 안경닦는 수건에 옮겼다가 다시 바구니로 옮겨 돌리네요. 스스로 놀 거리를 찾는 요꼬마녀석의 창의력을 계속 지켜주고 싶네요. 하하하하...아이를 혼자 놀게하는 저의 합리화일까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고생한 우리모자. 맛있는 홍합을 끓여먹으려 하는데...인태는 홍합은 안먹고 관자만 뜯어먹고 국물을 마시며 "캬~"하네요. 쩝...덕분에 저는 오랜만에 신나고 배부르게 홍합을 먹었습니다. 하하하하

 

*일을 마치고 온 봉석씨에게 저는 조잘조잘 인태와 보낸 하루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인태는 아빠와 시간을 보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