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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살이/태국이야기

물건 이야기 - 대나무 채반만들기(สวย เหนื่อย ^^)

왜 쓰레기가 많아졌을까요?


기후변화로 지구가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재활용을 해야한다고 부르짖어도 쓰레기 양은 줄어들지 않는듯 합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쓰레기를 많이 배출했을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이 그렇게 쉽게 버려질 수 있는 것일까요?

돈으로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면서 돈의 가치로(싼것, 비싼것) 물건의 소중함이 정해지는 요즘입니다.


싼 것은 금새 망가지니 그냥 버리고 새것으로 구입합니다. 그런데 그 싼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그 싼 가격이 정당한 가격일까요? 왜 가격에 따라서 물건을 다루는 우리의 태도가 달라질까요?

 어떻게하면 우리는 물건을 소중히 다루고, 꼭 필요한 물건만 사용하고, 또 쓰레기도 줄일 수 있을까요?



아래 채반은 태국돈으로 10Baht(약 300원)에 살 수 있답니다. 

참 저렴합니다. '저 물건이 필요한데, 구입할까?'하다가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필요한 물건은 가급적 만들어 사용하자는 우리의 다짐이 있기도 했습니다. 




대나무 채반 만들기 위해 재료를 구하러 또이오빠 외가에 갔지요. 

오빠의 외가는 지금 제가 머무르고 있는 무앙 야소톤에서 우본라차타니 방면으로 약 30~40분 차를 타고 갑니다.  


또이오빠 이모님도 전통가옥에서 사십니다. 벽채는 대나무로 엮었고, 지붕도 풀을 손으로 엮어 만들었습니다. 대나무로 엮어놓은 벽채 사이에 물건들이 꽃혀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공간활용을 이렇게 하는구나!'싶었죠. 집안 곳곳에는 대나무로 만든 생활용품이 많았습니다. 





이모님 댁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대나무 숲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살고있는 친척이 대나무를 잘라 차에 싣고 갈 수 있도록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저녁 식사 후 또이오빠집에 모여 재료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첫번째로 할 것이 대나무 껍질을 벗기는 일입니다. 안그러면 대나무살을 만들때 껍질이 날카로워 손을 많이 다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운데를 딱 갈라 정리합니다. 



이렇게 계속 가운데를 잘라 만들면서 적당한 크기를 만들고 안쪽 부드러운 부분을 벗겨냅니다. 벌레들이 그 부분을 좋아해서 벗겨내야한다고 합니다. 바로 아래 요녀석들이 순식간에 와서 구멍을 뽕뽕 냅니다.




시간이 참 빨리갑니다. 7시쯤 시작을 해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9시가 되었습니다. 내일 다시 작업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다음날 아침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또이오빠가 그새 대나무살을 많이 준비해두었습니다. 채반을 만들기 위한 대나무살은 수분이 좀 있어야 한다네요. 



채반 모델입니다.



최대한 살을 가늘게 잘라 깨끗하게 정리를 해 줍니다. 정리할 때는 칼날을 세워 하기때문에 손가락보호대를 사용합니다. 



가는 대나무살을 만드는 건 간단하지 않습니다. 또이오빠 어머니가 시범을 보여주시는데, 보는 것과 하는 것은 정말 다릅니다. 결국 저는 대나무살을 만든 것보다 버린 것이 많네요. ㅠ.ㅠ




주인집 딸 끌루어이(KLUY)도 왔습니다. 끌루어이는 쉽게쉽게 배웁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기본적인 것은 배웠다고 하네요. 



방문하는 분들마다 자리에 앉아 작업을 합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을 하니 그 모습이 참 흐뭇합니다. 



틀도 미리 준비해 둡니다. 



아이들과 놀던 인태도 와서 조금 거들어봅니다. 



봉석씨는 조금 다른 모양으로 틀을 짰습니다. 씨앗을 말리기 좋은 틈새없는 채반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지요. 



대나무 살로 엮은 것과 틀의 크기를 맞춰봅니다. 그러다 이 둘을 엮는 것은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고 하시네요. 제가 머무르고 있는 Saladeang(ศาลาแดง)마을에서는 딱 한 분이 아직도 대나무 생활용품을 만드신다네요. 그리고 그 분을 며칠 뒤 모셨습니다. 



준비된 재료를 물에 담가둡니다. 

그런데 어르신이 대나무살로 엮은 것을 보더니 뭐라뭐라 하면서 던지십니다. 급하게 또이오빠 아버지께서 대나무살의 방향을 바꾸십니다. 어떤것은 대나무살을 막 빼십니다. 이유를 물으니 대나무살을 한 방향으로 해서 엮어야 한다고 합니다. 방향이 왔다갔다해서 잘못했다고 말씀하신거랍니다. 



어르신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대나무 생활용품을 만드시는 분입니다. 자녀들은 이미 독립했고, 지금 어르신 혼자 농사지으며 사십니다. 바구니를 만드실때는 하루에 4개정도 만드시고, 보통때는 농사를 지으신답니다. 방송이나, 직업학교에서 강사로 여러번 부탁을 드렸는데 모두 거절하셨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안통하는 저에게 점심식사 거르시면서 가르쳐주셨습니다. 아직도 손의 힘이 많이 있다 하십니다. 아무 장비없이 맨손으로 작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르신 따라하다가 저는 바로 손에 상처가 나네요. 쩝....

참 .... 귀한 손입니다.  


바느질로 마무리하면 채반의 형태는 다 만들어집니다. 마지막 작업은 이 채반을 연기에 소독하는 것이 랍니다. 

하나의 채반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참 긴 과정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집에 놀러오라는 말도 해 주셔서 더 감사합니다. 꼭...놀러갈께요~



P.S.


대나무살을 다 만들고, 봉석씨, 또이오빠 부모님 그리고 제가 역할을 나누어 채반을 만들었는데, 하루에 한개 만들더군요. 익숙해지면 조금 더 빠르게 만들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가 만든 채반이 하루 한개, 10Baht. 

일주일 70Baht. 능숙해져서 하루에 2개씩 만든다고 해도, 일주일에 140Baht을 번다면....헐....


채반하나 만들면서 어르신들의 삶의 모습들을 계속 관찰하게 됩니다. 

새로운 채반을 만들면서도 오래된 채반을 수선했습니다. 

새것이 생겼다고 헌것을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못 사용하게 될때까지 계속 수선해서 사용하십니다. 

필요한 물건을 하나씩 손수 만들어 사용하시니 얼마나 귀하겠습니까?

또이오빠 어머니는 힘겹게 물건을 만드는 우리를 보고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 하십니다. 


"쑤아이 느어이(สวย เหนื่อย)"

(아마도... '예쁘게 만드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한다'라고 말씀하신 듯합니다.)


이 물건은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 사실 저는 아직 자신이 없네요.

설령 만드는 작업이 숙련돼서 많이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가격을 정해 팔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물건을 만든 우리의 노력을 함께 간직하며, 귀하게 사용하실 수 있는 분들께 전하지 않을런지~


또 하나의 삶을 배우고, 

또 한 분의 스승을 만나게 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