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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엄마 인태가 XX네 차 타고가서 슬퍼요?"


"아니...그래도 오후에는 엄마랑 같이 걸어주잖아. 고마워 인태야!!" 


오늘 인태가 던진 말에 따스함이 전해집니다. 인태가 이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얼마 전 부터 우리가 함께 걷고있기 때문입니다. 인태 마음에는 편하게 차를 타고 싶은 마음과 엄마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의 갈등이 있었나봅니다. 그래서 인태의 상태를 보면서 제게 필요한 운동을 조절하기로 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 부터군요. 

태국에서 돌아오기 전부터 발목과 무릎이 아팠습니다.

발을 잘못 딛은 것도 아니고,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계속되는 통증이 힘들었지요.

한국에 돌아와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선생님께서 별 말씀을 안해주시더군요.

답답한 마음에 우리의 주치의 "도솔부부한의원"에 가서 정유경원장목에게 치료를 받았죠.


"발목인대가 약해져서 제 역할을 못하니 다른 곳도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내가 살이쪄서 그런가?"


"나이들어서 그래요."


"노화?"


"노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지금은 최대한 안사용하시는게 좋아요. 좌식생활은 안좋아요. 지금은 그냥 서있는 것도 무리가 되요. 쪼그려 앉는거 정말 안좋은데....."


하지만, 유경이는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 상황과 사정을 뻔히 아니까요. 


나의 몸을 잘 아는 의사가 있다는 것은 참 다행입니다. 다만...나이들어 아프다는 말이 왜이리 서러운지 눈물이 나더군요. 나이드는 것을 막을 수있는 것도 아니고. 늙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막상 그 현상을 마주하니 받아들이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매일 우울해 할 수는 없으니 대안을 마련해 보기로 합니다. 

그동안 방치했던 몸 단련이죠. 

통증이 완화된 후, 스티레칭 요가와 걷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인태유치원까지 걸어가서 인태를 데리고 걸어오기.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생각해 보면 서울에서 살 때보다 걸을일없습니다. 대중교통이 별로 없으니 거의 차를 타고 다니니까요.  편도가 3.5km정도니 7km입니다. 


의지가 약한 저를 위해 봉석씨가 적극적으로 함께하고, 인태에게는 엄마 살빼는데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덕분에 우리가족 집으로 가는 길에 보석같은 시간들이 생겼습니다.



인태장화가 작아져 면에있는 신발가게에 갔습니다. 장화보여달라는 우리에게 주인어르신은 정말 튼튼해보이고 예쁜 장화를 인태에게 신겨주셨습니다. 이 장화로 사면 되겠다!! 했는데, 인태얼굴이 어둡습니다.


"인태야, 뭐가 맘에 안들어?"


"색깔이. 검은 색. 아빠꺼같은 색."


멋지고 튼튼한 것 보다 아빠랑 같은 걸 신고싶다는 인태 말에 전 좀 감동받았습니다.

결국 인태의 결정으로 아빠와 비슷한 색깔의 장화를 샀는데, 가격이 무려 3배나 저렴하더군요. 와...



우산에 장화까지 신은 인태에게 봉석씨는 물이 고인 웅덩이에 첨벙!!해서 물튀기기를 했습니다.

옷에 튄다고 싫어하는 저와 달리 아빠의 행동에 인태가 신이나 웅덩이만 보면 첨벙첨벙 뛰어다닙니다.

신이 난 아이를 보니...옷이야 빨면되지...하고 웃게되네요.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느끼지 못하는 주변환경의 아름다움을 걸으면서 느낍니다.



지나가다 아카시꽃 한번 따서 맛도보고,




맑은 날에는 장계천을 따라 걷습니다.



높은 돌 위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멀리뛰기도 합니다.



아빠랑 함께 하는 것은 더 없이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징검다리 건너기도 하고, 저 멀리 보이는 두루미의 움직임을 조용히 살펴보기도 합니다.




어제는 봉석씨가 풀피리 부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도 처음으로 시도해보았습니다. 

인태는 아직 소리내는 것은 어려웠지만,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풀피리 소리에 표정이 밝습니다. 

해야할 일은 언제나 많지만, 

저를 위해 우리 가족이 시간을 내어주고, 함께 도와주는 모습속에 살아갈 힘이 생기네요. 


오늘의 추억이 인태에게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