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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

출산에서....생후 38일이 되기까지~

친정집에서 몸조리 하고 우리집으로 돌아온지 8일째 되는 날이다.
첫날에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만큼 힘이 들고, 하루종일 신랑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리며 아이를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 원래도 어설펐던 살림살이를 아이돌보기과 함께 하려고 하니 엄두가 나지도 않았다. 게다가 출산에서 아이돌보기까지 쉬는 날 하루도 없이 집안밖으로 일하느랴 정신없는 신랑도 지쳐가는게 눈에 보이면서...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긴 고통의 터널을 나와 맞이하는 행복.

엄마와 동생 모두 크게 힘들어하지 않으면서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나도 쉽게 출산할 줄 알았다. 하지만...내가 엄살쟁이인걸까? 정말 죽을만큼 아팠고, 신랑이 내 손을 놓는 순간 무슨일이라도 날것처럼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진통하는 시간동안 신랑을 내 옆에서 꼼짝도 못하게 했다. 신랑이야기로 내가 정신줄이 왔다갔다 하면서 진통한 시간만 8시간 30분이라고 했다. ㅠ.ㅠ 분만대에 올라가서 약 2시간반만에 출산했다. 난 너무 아플때 잠이들어버리는 특성이 있었는데...심지어 출산하는 분만대에서도 잠이올줄은 몰랐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힘을 줘야했기에, 하지만 너무 소리지르면 아이가 놀랄것 같아 되도록 소리를 지르니 않으려 마지막으로 "랑아~ 우리 이제 만나자!!!!외치며 아이를 맞이했다.

참 신기한 것은 정신이 오락가락 했는데, 아이가 내 눈에 보이는 순간 정신이 번쩍들면서 언제 내가 아팠냐는 듯, 행복한 기운이 마구 돌았다. 출산하면서 엔돌핀이 돌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더니 바로 그 이유에서일까?

내 좁은 산도를 뚫고 나오느랴 아이의 머리는 매우 뾰족했고 체구도 많이 작아 겁이나기까지 했는데...나오자마자 눈을 뜨는 아이를 보면서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초음파로 봤던 것 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한 우리아들...드디어 인태를 만난 것이다.



출산후 산모에게는 충분한 격려가 필요하다

2.66kg
아이는 작았다. 마지막달 초음파로는 3kg이 넘는다고 했었는데, 작게 나왔다. 출산소식을 지인들에게 알리는 문자를 발송하고, 내 임신기간동안 여러모로 건강을 챙겨준 한의사친구에게 아이가 작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가 왔다. 임신 마지막달에 내가 먹었던 '달생산, 불수산"한약이 아이의 붓기를 빼주는 약이기 때문이란다. 자신의 아이도 작게 낳았으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하지만, 난 엄청난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아이를 작게 낳은 것, 아이앞에서 황달걱정한것, 유두를 아이가 빨기 좋게 미리 만들어 놓지 않은 것, 살이 많이 쪄서 아이가 나오기 힘들게 한 것...나에게 소리치며 야단하는 사람앞에서 이상스럽게도 난 그냥 죄인이 되어있었다. 부족한 엄마를 만나 아이가 고생하는 것 같아 너무도 미안하고 미안했다.

그런데, 그것까지만이었으면 좋았으련만...그때의 그 비난은 산후조리를 하는동안 상당기간 날 괴롭게 만들었다. 밤이되면 아이가 내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이를 돌봐주는 분은, 걱정할 것 아무것도 없다면서 날 위로하고 격려했지만, 낮아질때로 낮아진 나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가 없었다. 눈물만나고 괴롭기만했다. 마치 나의 존재가 내 주변인물들을 다 괴롭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런 내 마음을 아이돌봐주는 분과 나누고, 또 주변에 아이를 낳은 엄마들과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그런 비난을 한 분이 잘못한 것이라면서...오히려 나를 계속 격려하는 것이 아닌가!!! 부천의 한 조산원에서는 아이를 낳고나면 한시간동안 조산사가 산모를 안고 격려를 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1~2시간내에 아이를 엄마 가슴이 올려놓고 젖무덤을 찾도록 만든다고 한다. 사실 나도 출산을 생각할 때 이런것들을 상상했었는데...모두 생략되었었다. 아쉽지만...그랬다. 그리고 아이가 작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다.

출생이후 3일정도에 아이는 소변으로 요산을 배출한다.

몰랐다.
아이가 똥만싸고 있다는 사실을...아이가 태어난지 3일정도가 되면 소변을 통해 요산을 배출하는데, 그 색은 벽돌색이고 이때문에 아파서 울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4일이 되는 날이었는데, 아이는 오줌을 싸지 않았다. 아이돌보는 분이 종이기저귀를 사용하라고 해서 준비한 천기저귀는 한쪽에 보관하기만했는데, 아주 작은 천기저귀를 아이에게 입혔다. 오줌을 싸지않아 걱정하는 날 뒤로하고 엄마는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인태야 쉬~~~"하며 한참을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다. 얼마가 지났을까? 엄마의 반가운 외침이 들렸다.
"어머 오줌쌌다...아이구 잘했어 인태야~~~잘했어."
정막 벽돌색의 오줌이 기저귀에 묻어있는거 아닌가!!!! 나도 모르게 오줌싸는 아이를 앉고 완전 기뻐했다. 요산을 포함한 오줌은 약 3일에 걸쳐 배출된 것 같다.

생후 1주일?되었을 때...햇살과 함께 보인 아이의 발이 너무 예뻐 찍었다. 지금은 주름이 많던 작은 발에 오동통 살이 올랐다.



황달....분유를 먹어야 된다???

그래도 모유수유를 하겠다고 미역국을 열심히 먹고, 젖꼭지를 아이에게 자주 물렸다. 앉아있는것도, 아이에 입에 적절히 내 젖을 넣는것도 너무도 힘든과정이었다. 게다가 내 유두가 납작하다는 이유로 고무젖꼭지를 끼고 젖을 먹였더니 금새 유두에 상처가 나고 피가나기 시작했다. 유두는 아프고, 아이는 배고파 울고 나도 아이를 잡고 울었다. 황달수치와 내 회음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까운 병원을 찾았는데, 아이의 황달수치가 15.6이라면서 모유를 끊고 분유만 먹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한 지 하루가 지나 산후조리 한약때문에 한의사친구와 통화를 했더니...친구가 노발대발이다. 황달에는 모유가 더 좋다고...왜 모유수유를 끊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다시 모유수유를 시작하라고 했다. 아이의 똥과 오줌배출량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굴의 노란색이 빠지기 시작하고...*^^* 다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이날부터 난 인태가 똥과 오줌을 쌀때마다 기쁜마음으로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조카똥냄새때문에 기저귀한번 안갈아주던 내가 이렇게 변할 줄은 정말 몰랐다.

모유수유...인내하는 마음으로...

나도 젖을 먹고 자랐고, 아이가 엄마젖을 먹고 자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모유수유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줄 몰랐다. 아이의 빠는 힘이 쎄지면서 유두에 상처가 쉽게 났다. 게다가 젖이 차면 딱딱해진 유두가 아파오면서 젖이 줄줄세기도 했다. 처음에는 유선을 뚫기 위해 젖마사지를 받았고, 그 뒤 상처난 유두때문에 손으로 젖을 빼기 위해 젖마사지를 받았다. 정말 아팠다. 온돌방을 사용하는 우리집이기에 앉아서 모유수유를 하는데, 허리가 부러질 것만 같다. 자다가 일어나 앉아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 그래서 누워서 젖 먹이는 것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누워서 수유하기 위해 자리잡는 것만 며칠이 걸렸다. 결국 울며 힘들어 하는 날 보며 친정엄마가 하나하나 자세를 교정해 주었다. 아이도 잘 먹고, 나도 자면서 아이가 울면 기저귀 갈아주고 옆에 같이 누워 젖먹이면서 같이 잠들어 편해지기도 했다. 이렇게 조금씩 모유수유에 익숙해지다보니 젖병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번거로운지 새삼느끼게 됐다.

한쪽손으로 다른 손을 자기 입으로 밀어넣고 빨고있다. 한달도 안된 아이가...자기 손가락을 저렇게 빠나? 내 젖을 빨때보다 더 맛있는 소리가 난다.


아이와 놀기(울아줘서 고마워~~)

생후 한달이 지나면서 아이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움직인다. 그리고 모빌의 움직임을 보기도 하고, 오줌을 흠뻑싸고 갈아달라고 울었다가 기저귀를 갈아주면 다시 기분좋아하기도 한다.
기저귀를 갈아줄 때, 목욕을 할 때, 아이를 안을 때, 내가 이제 무엇을 할 것인지 아이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고 시작한다. 그리고 기저귀를 갈고, 목욕한 후에는 다리와 팔운동 그리고 유난히 발이 차가운 아이의 발을 꼭꼭 눌러 마사지하고, 배도 살랑살랑 흔들어준다. 이제는 똥을 쌀 때까지 혼자 가만히 누워있는다. 그리고 똥을 다 싸고나면 갈아달라고 운다. 그런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울아줘서 고맙다!!!라는 생각이 든다.

만 두둘된 조카 하눔이가 인태를 많이 이뻐해준다. 내가 없을때 인태가 울고있으면 달려와 살며시 아이를 쓰다듬어준다. 내가 안고있을 때 울고있는 인태를 보며 자기 눈을 가리고"까꿍~~"을 해 준다. 처음에 아이에게 무슨일 생길까 조카들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는데...하눔이가 인태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우리집으로 돌아와 하눔이를 자주 못보게 되었는데...하눔이가 전화로 이야기 한다. "인...태...보.고싶어요"참...신기하다...그나저나 우리 인태는 놀랐네~~~

물론 하루라도 밖에 나가지 않으면 답답해 하는 나이기에 하루종일 집안에 있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이하고만 이야기를 해야해서 가끔은 젖을 물리고 전화통화를 한다. (그 시간이 조용하니까...^^:;;;) 물론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는데...나도 살아야겠기에...ㅠ.ㅠ 그러면서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목욕과 손빨래는 신랑이 맡아서 해주고있다. 새벽까지 빨래하고 다시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 신랑을 보면서 이제 이런것도 내가 해야겠구나...싶은 마음이 드는데...아직 선듯 내가 하겠다는 말은 안나온다. ㅠ.ㅠ 이제 천기저귀로 바꾸면 빨래는 지금보다 더 많아질텐데...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죽을 것 같았던 출산의 시간도 지나갔고, 조바심에 뜬눈으로 지새웠던 날들도 지나갔고, 유두의 상처로 아이가 젖을 빨 때마다 눈물나는 시간도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젖먹으면서 한번씩 날려주는 해맑은 미소만 내 기억속에 남으니...그나마 살 것 같다. *^^*

이제 턱이 두개가 되었다. ㅋㅋㅋ 매일매일 얼굴이 달라지는 것 같은데...사진을 찍어주는것이 쉽지는 않네~ ㅋㅋㅋ